눈부신 3월, 제주 오투힐 레지던시에 오게 된 것은 마치 신데렐라의 요정 할머니가 ’비비디~바비디부~‘ 주문을 외워준 것 같았다.
요정 할머니의 도움으로 화가의 옷을 갈아입고 축제에 참석한 공주가 된 듯했다. 지난 몇 년간 나의 삶을 돌아보면 생계를 위해 반복되는 일들,
육아와 살림, 작업에 대한 목마름과 피로감에 절어 있었다. 마른 수건에서 물을 짜내는 듯한 척박함이 마음을 덮었다.
제주에서 보낸 한 달은 햇살과 바람, 휴식과 침묵, 사람들의 친절한 온기로 지친 마음에 생기를 더해 주었다.
그렇게 제주 오투힐에서의 시간은 나의 어깨와 마음에 쌓인 피로감을 덜어 주었고 제주에 머물면서 걷고, 보고, 생각하고, 그리는 일들에 집중할 수 있어서 너무 행복했다.
이곳에서 느꼈던 행복은 하루가 온전히 나의 삶으로 마무리되는 삶을 살았다는 것이다. 더 바랄 게 없는 시간을 살았다.
2024년 3월. 내가 누구의 엄마도 아내도 딸도 교사도 아닌 ’화가‘로 살다가 간다. 살아있는 느낌을 오랜만에 만끽했다.
나를 사랑하는 시간을 살려고, 오로지 내가 원하는 삶을 살기 위해 캔버스 앞에 머물렀다. 내 안에 꿈과 열정이 다시 반짝인다.
내 인생 최고의 날들이었다.